정돈된 메모 시스템, 반엔트로피 구축의 비밀: 정체성과 자동화

시간이 지날수록 엉망이 되는 메모 시스템. 그러나 옵시디언과 자동화된 음성 메모로 오히려 정돈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반엔트로피 시스템 구축의 핵심은 ‘정체성’과 ‘자동화’입니다.

정돈된 메모 시스템, 반엔트로피 구축의 비밀: 정체성과 자동화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엔드 오브 타임>을 읽었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물리학과 철학 책이라 힘들었습니다. 열역학 2법칙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모든 시스템은 어질러지는 방향으로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 방도, 컴퓨터 폴더도, 메모 앱도 시간이 지나면 엉망이 됩니다. 엔트로피는 증가합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내 옵시디언은 500개 이상의 영구메모가 쌓이면서 오히려 정돈됐습니다. 연결망이 만들어지니 맥락이 살아났습니다. 1년 전 메모도 3분 안에 찾아집니다. 엔트로피가 감소한 겁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메모는 왜 어질러지는가

옵시디언으로 넘어오기 전 이야기입니다. 메모 앱에 8,000개 노트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10-20개씩 열심히 썼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 다시 본 메모는 거의 없었습니다. 검색으로 찾아도 맥락이 사라져서 이게 뭐였지? 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기록은 쌓이는데 활용은 안 됐습니다.

메모 앱이 무덤이 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맥락 없는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를 잃습니다. 검색으로는 키워드만 찾아줄 뿐, 그 메모를 왜 썼는지, 어떤 생각의 흐름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메모는 독립적으로 존재했고, 연결은 없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엔드 오브 타임>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책 중간에 예술의 가치를 다루는 챕터가 있었습니다. 예술이 생존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집단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 작동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 말입니다.

지적 사유에는 지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엔드 오브 타임>은 독서모임이 아니었으면 절대 읽지 못할 책이었습니다. 마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지적 사유에는 지적인 자극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들이나 하지 않았을 생각들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우주의 생성, 태양계의 형성, 생물의 진화, 그리고 시간의 흐름.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내 뇌는 계속 같은 패턴의 생각만 반복했을 겁니다.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도 없습니다. 책을 읽고, 하이라이트를 남기고, 그 하이라이트에서 내 생각을 뽑아내고, 그 생각을 영구메모로 만듭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무의미해 보이는 기록도 쌓이면 역사가 됩니다. 기록은 이전 지점까지 빠르게 도달하게 해줍니다. 6개월 전 내가 뭘 생각했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맥락과 함께 불러옵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매일 메모하고 글을 쓰는 일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어제 한 메모를 돌아보고 다시 메모를 하고 영구메모를 남기는 일, 이게 지식 노동자가 하는 일입니다. 영구메모를 쌓아야 글감이 무한해집니다.

반엔트로피 시스템 구축법

깨달음을 얻었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매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생각은 실행이 아니고 행동만이 실행입니다. 매일 쓰겠다고 다짐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매일 컴퓨터를 켜고 옵시디언을 열고 타이핑을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깨달음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정체성과 자동화입니다.

수강생 분과 대화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매일 개발을 한다면 그게 개발자입니다. 작가도 매일 쓰는 사람이 작가인 것처럼, 매일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 타이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체성은 반복된 행동이 만드는 내적 믿음입니다. 나는 작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글쓰기를 미룹니다. 하지만 매일 메모하고 영구메모를 남기는 행위 자체가 지식 노동자의 정체성을 만듭니다. 완벽한 글을 써야 작가가 되는 게 아닙니다. 매일 쓰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음성메모로 저항 제거하기 (텔레그램 + AI)

이번 주에도 매일 메모했습니다.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일간 메모를 남겼습니다. 음성 메모도 쌓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매일 했습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정체성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타이핑은 생각보다 저항이 큽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려야 합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기록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귀찮음을 없애야 했습니다.

이번 주에 텔레그램과 제가 코딩해서 만든 메모 서비스인 ZK Machine을 연동했습니다. 워크플로우는 간단합니다. 텔레그램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면, Whisper AI가 전사하고, GPT-4o-mini가 보정하고, ZK Machine에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옵시디언 일간 메모에 추가됩니다.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산책하면서 메모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짧은 워크플로우가 있을까요? 생각보다 비용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하루 OpenAI API 비용이 0.13달러, 환산하면 약 200원입니다. 1시간 전사 비용은 600원 정도입니다. 기록량은 3배 늘었습니다.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기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음성 메모가 완전한 기억 확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AI는 번거로운 일을 점진적으로 자동화하는 도구입니다.

결과: 506개 메모

정체성과 자동화, 이 두 가지가 합쳐지니 500개 이상의 영구메모가 됐습니다. 어질러져야 하는데 오히려 정돈됐습니다. 엔트로피를 거슬렀습니다.

제텔카스텐은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시스템입니다. 2025년 11월에 쓴 바이브 코딩 메모가 2026년 1월 코칭 자료로 재활용됐습니다. 연결망을 따라가니 관련 메모 5개가 발견됐습니다. 맥락이 살아있었습니다.

기존 자산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업무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새로 쓰는 게 아니라, 쌓아둔 메모를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이 뉴스레터도 그렇습니다. 이번 주 5일간 일간 메모에서 통찰을 뽑고, 15개 영구메모를 선택하고, 3개 아이디어로 조립했습니다. 마감 하루 전인데도 가능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내 생각을 기록하고 고유한 콘텐츠로 만드는 일입니다.

어질러지는 게 자연스럽다면, 정돈하는 건 의도적 행위입니다. 엔트로피는 자연스럽게 증가하지만, 반엔트로피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의도적 구축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정체성과 자동화입니다. 여러분의 메모는 어떠신가요? 쌓이기만 하고 있나요, 아니면 연결되고 있으신가요?

고맙습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