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쌓아가는 법
AI 시대의 생산성과 기록의 중요성, 옵시디언을 통한 지식 관리, 그리고 부부가 함께 성장하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생산적생산자의 실제 경험이 담긴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새로운 한 주가 밝았습니다. 저는 지금 모두가 잠든 새벽, 고요한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창밖은 아직 어둡지만, 모니터의 불빛과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제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월요일 새벽은 제게 있어 지난 한 주의 배움을 갈무리하고, 다가올 한 주의 방향을 잡는 가장 생산적인 의식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난주 제가 경험했던 기술의 변화,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 '기록과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1. 도구의 홍수 속 중심 잡기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3.0 Pro가 출시되었고, Antigravity와 Nano Banana Pro와 같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유튜브 썸네일들은 저마다 "이것만 있으면 끝"이라며 클릭을 유도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영상을 볼 때마다 한 걸음 물러서게 됩니다. 화려한 기능 소개 영상과 실제 업무 현장 사이에는 거대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저에겐 최근 'AI로 엑셀 업무 자동화하기' 같은 주제가 화두입니다. 파이썬 코드를 이용해 복잡한 엑셀 양식을 단숨에 채워 넣는 시연을 보면 마법 같습니다. 하지만 실무는 시연처럼 매끄럽지 않습니다.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 들면 예외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로직을 네다섯 번은 뜯어고치고 예외 처리를 해야 비로소 쓸만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탐색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도구"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이미 훌륭한 기능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서 녹슬고 있는 도구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 역시 최근 코딩 어시스턴트로 'Claude Code'와 'Codex'를 번갈아 사용해 보았습니다. 제게는 Claude Code의 사용성이 더 잘 맞더군요. 중요한 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도구가 아니라, 내 손에 익고 내 사고방식과 공명하는 도구를 찾아내어 그것을 예리하게 갈고닦는 일입니다.
2. 함께 성장하는 장기 프로젝트: 아내와 나누는 지식 관리
생산성은 단순히 업무 효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방식 또한 생산성의 일부입니다. 저는 요즘 아내와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제텔카스텐(Zettelkasten)과 옵시디언(Obsidian)의 노하우를 아내에게 전수하는 일입니다.
아내가 관심있고 배우고 싶어하는 세계사 지식을 어떻게 메모하고 연결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냥 할 수도 있었지만 유튜브라는 공적인 공간을 활용해서 진행하니 조금 수월했습니다. 이제 3편째 찍었고 업로드가 됐습니다. 아내가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지식 관리 전문가로 성장하길 바라는 욕심이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욕심이라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저는 Vrew를 사용해서 영상을 편집합니다. 시중에는 캡컷이나 파이널 컷 같은 훌륭한 툴이 많지만, 저는 Vrew를 고집합니다. 저처럼 말로 설명하는 콘텐츠가 주력인 사람에게는 텍스트를 보며 영상을 편집하는 Vrew의 방식이 사고의 흐름을 끊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내와의 프로젝트도, 영상 편집도 결국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옵시디언을 시작할 용기를 얻고, 저 또한 세계사를 배우며 아내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편집하면 전체 영상을 최소 3번은 봐야 합니다.)
3. 가르침은 가장 강력한 배움의 기술입니다
9월에 시작해서 진행 중인 개인지식관리 코칭에서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운다"는 격언을 매일같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 활용한 개인지식관리 시스템과 원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지만, 수강생분들의 질문은 언제나 저를 생각하게 합니다.
때로는 교수님이나 선생님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으신 분들도 코칭을 받으러 오십니다. 그분들 또한 새로운 배움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자극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수강생분들이 던지는 질문은 제가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결론 내렸던 부분들을 다시 끄집어내게 만듭니다.
"이건 왜 안 되나요?", "이건 이렇게 사용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제 머릿속의 개인지식관리 관련 지식은 더 명확해지고 논리가 정연해집니다. 또한 제가 알려드린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상황에 맞게 변용하여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전율을 느낍니다. 수강생의 변용은 다시 저의 개인지식관리 시스템을 풍성하게 만드는 거름이 됩니다. 결국 코칭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지식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확장되는 상호작용의 예술입니다.
4. 인터넷이 멈춰도, 당신의 생각은 지속돼야 합니다
지난주, 전 세계적인 IT 대란이 있었죠.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플레어(Cloudflare) 서버가 다운되면서 수많은 서비스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멈춰버린 그 순간, 저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바로 제 지식의 창고인 '옵시디언' 덕분입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메모 앱이나 AI 서비스들은 서버가 멈추면 내 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로컬(Local) 기반으로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파일이 저장되는 옵시디언은 외부의 재난과 무관하게 굳건했습니다. 클로드(Claude)가 먹통이 되어 코딩 도움을 받을 순 없었지만, 제가 쌓아온 지식과 기록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편리함이라는 명목하에 내 소중한 생각과 데이터를 전적으로 외부에 의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전 세계적인 서버 다운이 발생하더라도 내 지식과 생각만큼은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로컬 기반의 지식 관리 툴인 옵시디언이 강한 이유이자, 디지털 시대의 생존 전략입니다.
5. 소설 <사탄탱고>와 다면적 사고의 힘
최근 독서 모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소설 사탄탱고를 완독했습니다. 1980년대 헝가리 사회주의의 몰락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긴 만연체 문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지만, 완독 후 모임에 참여했을 때 저는 거대한 지적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마을 주민들 각자의 시선에서 서술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가 느낀 공포와 욕망은 달랐습니다. 독서 모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텍스트 속에서 각자가 발견한 의미는 모두 달랐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과정에서 저는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소설의 이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개인지식관리(PKM)의 원리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의 개념(노트)을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고 연결하며 입체적인 지식으로 발전시키는 과정 말입니다. 소설 속에는 마을의 모든 내용을 기록에 집착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엉뚱한 상상을 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옵시디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수월하게 마을 인물과 자신의 의식을 지적 성취로 승화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 [Tip] 인지 자원을 아껴주는 NotebookLM

마지막으로 실용적인 팁 하나를 드리고자 합니다. 영문으로 된 긴 뉴스레터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 피로감을 느낀 적이 있으시죠? 최근 구글의 NotebookLM에 '슬라이드 생성'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자료를 업로드하면 내용을 분석해 깔끔한 도표와 요약 슬라이드로 만들어줍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얻은 Google AI Pro 플랜을 통해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글로 요약된 슬라이드를 먼저 훑어보면 전체 맥락이 잡히고, 인지 자원의 소모를 최소화하며 빠르게 정보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보 습득 파이프라인에 꼭 한번 추가해 보시길 권합니다.
📣 12월 개인지식관리 무료 웨비나: 지식이 콘텐츠가 되는 길
많은 분이 기다려주신 '생산적생산자 12월 웨비나' 소식을 전하며 글을 맺으려 합니다. 이번 웨비나의 핵심은 The Knowledge ARC 2.1 시스템입니다.
지난 웨비나 이후 업데이트된 노하우를 담았으며, 무엇보다 옵시디언 초보자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예정입니다. 단순히 메모를 쌓는 것을 넘어, 제텔카스텐 임시 메모가 영구 메모로 변하고, 그것이 다시 뉴스레터와 유튜브 콘텐츠로 탄생하는 '생산의 전략'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지난 9월 웨비나 이후 진행중인 코칭에서도 지식관리를 아예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옵시디언과 PKM 에이전트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모든 지적 경험이 정리되고, 세상 밖의 콘텐츠로 생산되는 경험, 이번 웨비나를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웨비나 일자] : 12/7 (일) 오후 8시 (온라인 Zoom)
[웨비나 신청] : https://tally.so/r/xXXqqy (안내 메일은 향후 전달 예정입니다.)
기록하고, 연결하고, 생산하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