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구조와 유연한 구조를 함께 운영하는 지식관리

영구메모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입력을 처음부터 영구메모로 만들려 하면 병목이 생깁니다. 그래서 먼저 연결되고 축적되는 중간층이 필요합니다.

강한 구조와 유연한 구조를 함께 운영하는 지식관리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AI 에이전트 관련 영상을 보다가 메모장을 열었습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손이 멈췄습니다. 이걸 영구메모로 만들자니 아직 제 언어로 소화가 안 됐고, 그냥 넘기자니 나중에 분명 찾게 될 것 같았습니다. 제텔카스텐으로 648개의 영구메모를 쌓으면서 연결만 되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어왔는데, 이런 순간이 점점 잦아졌습니다.

영구메모로 만들기엔 애매하고,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정보. 이 사이에서 매번 멈추는 것이 실질적인 병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Andrej Karpathy의 LLM Wiki라는 개념을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제텔카스텐의 강함이 곧 병목이 되는 순간

제텔카스텐은 강한 구조입니다. 하나의 메모를 만들려면 사용자의 판단이 지속적으로 개입됩니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반드시 자기 언어로 재해석해야 하며, 한번 만들면 절대 수정하지 않습니다. 이 까다로움이 곧 제텔카스텐의 가치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통찰만 남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유용한 정보가 이 기준을 통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Claude Code는 512,664줄 TypeScript로 이루어진 5층 아키텍처 기반 CLI 에이전트라는 정보는 유용하지만, 영구메모로 만들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버전이 바뀌고, 아키텍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나중에 글을 쓰거나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필요합니다. 모든 정보 입력에 수동 터치를 요구하면 지식관리에 실행 병목이 발생합니다. 영구메모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다 보면 정작 기록해야 할 것들이 빠져나갑니다.

AI 시대에도 개인이 입력하는 것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독서하고, 강의를 듣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원재료가 모든 결과물의 기반입니다. 하지만 그 원재료를 전부 영구메모의 형태로만 보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개의 레이어, 완전히 다른 성격

저는 기존 제텔카스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해서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두 레이어의 성격을 완전히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

Andrej Karpathy가 제안한 LLM Wiki 패턴은 3계층 구조입니다. 원본 자료가 있고, 그 위에 LLM이 유지하는 위키가 있고, 최종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 구조에서 위키는 매번 원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서 답을 만드는 RAG와 다릅니다. 한 번 정리한 내용은 위키 페이지로 남아서 다음에 바로 활용됩니다.

이 개념을 제 PKM 시스템에 적용하면서 두 레이어 사이에 통로를 뚫어놓되, 각각의 성격은 정반대로 만들었습니다.

제텔카스텐, 즉 영구메모는 강한 구조입니다. 입력과 사용자 판단이 지속적으로 개입되고,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하며, 한번 만들면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생각이 생기면 기존 메모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 메모를 만들어 연결합니다. 인간이 소유하고, 인간만 쓸 수 있습니다. LLM Wiki는 유연한 구조입니다. AI가 미리 정해둔 운영 규칙에 맞춰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합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기존 페이지를 전면 재작성합니다. 항상 현재 최선의 이해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LLM이 소유하고, LLM이 자유롭게 고칩니다.

이 대비는 의도적입니다. 제텔카스텐이 과거의 통찰을 그대로 보존하여 성장 궤적과 예상치 못한 연결, 세렌디피티를 만들어낸다면, LLM Wiki는 최신성과 정확성을 우선하여 언제든 참조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제공합니다. 하나는 내 생각의 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가장 정확한 정보입니다.

현재 저는 648개의 영구메모와 174개의 위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키에는 개념 정의, 도구나 인물 정보, 검증 가능한 주장, 미해결 질문, 교차 분석, 그리고 영구메모 후보까지 6가지 타입의 페이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는 이 위키 안에서 순환하며, 위키가 영구메모의 재료 탐색기 역할을 합니다.


두 세계를 잇는 통로

두 레이어 사이에는 Proposal이라는 공식적인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위키에서 어떤 내용이 영구메모의 기준 대부분을 충족하고, 기존 영구메모에 유사한 것이 없을 때만 Proposal 페이지가 생성됩니다. 이 Proposal은 영구메모 후보로서 프론트매터로 현재 상태를 추적합니다. 승인되면 제텔카스텐의 정식 파이프라인을 거쳐 영구메모가 됩니다.

174개의 위키 페이지 중 실제로 영구메모로 전환된 것은 지금까지 1개입니다. 이것이 정상입니다. 위키의 존재 이유는 영구메모를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를 구조화해서 보관하고, 그 중에서 진짜 통찰이 결정화될 때만 영구메모로 넘기는 것입니다.

소유권의 분리도 중요합니다. LLM은 위키 페이지를 자유롭게 만들고 수정하지만, 영구메모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영구메모에 기록할 자격은 사용자에게만 있습니다. 이 경계가 흐려지면 내 목소리와 AI가 만든 것의 구분이 사라집니다.

AI_wiki 인덱스

강한 구조와 유연한 구조가 함께 자란다

지식 베이스는 처음 만들 때가 가장 가치가 낮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결과 맥락이 쌓여 복리로 가치가 증가합니다. 이것은 제텔카스텐에도, LLM Wiki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성장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제텔카스텐은 통찰이 축적되면서 예상치 못한 연결이 생기고, 위키는 레퍼런스가 정교해지면서 더 정확한 맥락을 제공합니다. 두 레이어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면서, 서로를 강화합니다.

AI 도구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상황에 맞춰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텔카스텐만으로 충분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위키 레이어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 체계를 어떤 구조로 쌓아갈지에 대한 방향성입니다.

만약 메모를 하면서 이건 영구메모감은 아닌데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자주 드신다면, 한 가지를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옵시디언이나 노션에 참고자료 폴더를 하나 만들고, 영구메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유용한 정보를 그곳에 모아보세요. 영구메모와 분리하되, 필요할 때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병목이 줄어듭니다. 거기서부터 자신만의 두 번째 레이어가 시작됩니다.

결국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누군가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정의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