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간 메모하고 좌절했던 제가, 제텔카스텐을 만난 이야기
에버노트와 워크플로위에 수천 개의 노트를 쌓아도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연결’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은 메모를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AI 시대, 진짜 필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평범한 세계: 십수 년의 기록, 그리고 좌절
당신이 메모 프로그램을 열었을 때, 이전에 작성한 메모를 다시 본 적이 있나요? 어제 메모한 내용은 머릿 속에 남아 있으신가요? "분명 이 내용을 어디 메모했는데..." 하며 노트 프로그램 검색을 두들기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나와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에버노트를 6년, 워크플로위를 7년 사용했습니다. 에버노트에는 8,000개 넘는 노트가, 워크플로위에는 수십만 개의 라인이 쌓여 있었습니다. 매일 독서하며 하이라이트하고, 업무와 미팅 중에 메모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시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쌓이면 언젠가 쓸모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1년 후... 그 메모들을 다시 열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검색해도 맥락이 기억나지 않았고, 읽어봐도 "이게 왜 중요했지?" 싶었습니다. 가끔 필요해서 찾아봐도 무슨 의미였는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메모를 안 하는 것보단 확실히 나았습니다. 하지만 좌절감이 쌓였습니다. 십수 년간 성실하게 기록했지만, 결국 메모는 다시 찾지 않는 무덤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 됐을까요? 십수 년간 성실하게 기록했는데, 왜 다시 찾지 않게 됐을까요? 문제는 제 메모에 연결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8,000개의 노트는 각자 고립되어 있었고, 수십만 라인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맥락이 사라진 메모들은 그냥 텍스트 더미였습니다.
"기록"과 "지식"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록은 그냥 쌓이지만, 지식은 연결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이 만나야 하고, 서로 대화해야 합니다. 제 메모는 기록만 있고 연결이 없었기에, 죽은 정보가 된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메모를 "살아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십수 년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메모끼리 연결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 방법만 있다면, 제 메모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우연히 한 가지 방법론을 알게 됐습니다.
제텔카스텐과 옵시디언을 만나다
2021년, 어느 커뮤니티에서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이 평생 실천한 노트 방법론이었습니다. 그는 9만 개의 카드를 연결하여 70권의 책과 400편의 논문을 썼다고 합니다. 핵심 원칙은 단순했습니다. 하나의 메모는 하나의 아이디어만 담고(원자성), 메모끼리 연결하며(링크), 과거 메모를 계속 다시 만나게 하라(재방문).
읽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게 답이구나." 그리고 거의 동시에 "옵시디언(Obsidian)"이라는 도구도 만났습니다.
"이걸로 다시 시작해보자." 십수 년간 쌓였던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단순한 노트 정리법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훈련이었습니다. 도구가 아니라 원칙이었습니다. 옵시디언은 그 원칙을 실천하기에 완벽했습니다. 마크다운이라는 단순한 텍스트 형식이었고, [[링크]] 시스템으로 메모끼리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플러그인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 데이터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옵시디언을 설치하고, 제텔카스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훈련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원자성이 뭔지, 연결을 어떻게 만드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에버노트처럼 마구 쓰고 태그만 달던 습관이 남아 있었습니다. 워크플로위처럼 아웃라이너에서 무한히 들여쓰기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대충이라도 만들어 봤습니다.
완벽한 메모를 쓰려고 하면 한 시간이 걸려도 모자랐으니까요.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복사해서 메모로 만들고, 떠오르는 관련 메모가 있으면 [[링크]]만 달았습니다. "왜 연결되는지" 이유까지 적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냥 "관련 있을 것 같아서" 링크를 걸었습니다. 처음엔 정성스럽게 쓰지 못했습니다.
원리는 이해했습니다. "하나의 메모 = 하나의 아이디어", "메모끼리 연결", "다시 방문"...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실천하기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제 방식대로 조금씩 바꿔가며 적용했습니다. "일단 연결이나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불완전한 메모들이었지만, 연결을 따라가다 보니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새 메모를 쓸 때 관련 메모가 떠올랐고, 링크를 클릭해 들어가면 "아, 이거 고쳐야겠네" 싶은 부분이 보였습니다. 고치고, 또 연결하고, 다시 방문했습니다. 조금씩 쓰면서 나아졌습니다.
생각이 연결되기 시작하다
3개월쯤 지났을 때,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 메모를 쓰다가 이전 메모를 다시 찾아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링크를 따라가다 "아, 이 메모 불완전하네" 싶으면 고쳐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메모가 조금씩 더 나아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연결"이라는 단순한 원칙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과거 메모를 다시 방문하게 됐고, 그 메모들을 수정하며 더 좋은 메모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쌓여가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 지식이 이렇게 쌓이는구나" 느꼈습니다. 점점 더 제텔카스텐이 좋아졌습니다.
완벽한 메모를 쓰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연결만 해두면,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고칠 수 있었으니까요. 과거의 제가 남긴 불완전한 메모가 현재의 저와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지금은 이렇게 발전했네" 하며 메모를 다듬었습니다. 메모는 더 이상 무덤이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하던 관련성이 보였습니다. 3개월 전에 읽은 저 책의 개념이 오늘 미팅에서 나온 문제와 연결되네. 이 아이디어는 사실 지난달에 메모한 생각의 확장이구나. 메모가 고립되지 않고, 서로를 찾아갔습니다. 단순히 기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생각이 연결되면서 하나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변화는 제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제텔카스텐을 가르치면서 만난 수강생 중 한 분은, 기존 메모법의 한계를 드디어 극복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결하는 메모 방식으로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변화였습니다. 메모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산의 재료가 된 겁니다.
필요한 건 많은 메모가 아니라, 연결된 생각이었습니다. 맥락이 살아있는 지식이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그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옵시디언은 그걸 구현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AI 시대가 왔다
2022년 말, ChatGPT가 나왔고, AI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제 독서하고 메모할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AI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메모를?" 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저는 달랐습니다. 제텔카스텐으로 이미 지식의 기반을 다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I가 나왔을 때, 제 메모 네트워크는 AI의 완벽한 맥락이 되었습니다. 옵시디언이 마크다운 기반이었기에, AI가 쉽게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제텔카스텐 없이 AI만 쓰는 건 맥락 없이 대화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 영구메모들은 AI에게 정확한 맥락을 제공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지난 2년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AI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AI는 제 메모를 읽고, 제 맥락 안에서 조언했습니다.
최근엔 바이브 코딩을 실행하면서 개인지식관리 AI 에이전트를 옵시디언에 통합하기 시작했습니다. 임시메모를 영구메모로 자동 변환하는 에이전트, 주간 리뷰로 고립된 노트를 찾아주는 에이전트, 콘텐츠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에이전트... 옵시디언에 쌓인 제텔카스텐 메모 위에서 AI는 나를 돕는 강력한 보조자가 됐습니다.
어느 수강생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텔카스텐 없이 AI만 썼으면 맥락 없는 답변만 받았을 겁니다. 근데 제 영구메모가 있으니, AI가 제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고 정말 필요한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AI 시대에 필요한 건 AI가 아니었습니다. AI에게 줄 나의 맥락이었습니다. 연결된 지식이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그 기반을 만들어줬고, 옵시디언은 그걸 구현했고, AI는 그 위에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가르칩니다
이제 저는 제텔카스텐을 옵시디언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2024년도엔 제텔카스텐 & 옵시디언 매뉴얼 도서책도 출간했습니다. 이 방식을 AI와 통합하여 개인지식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십수 년간 좌절했던 제가 바뀌었으니, 여러분도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같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저처럼 오랫동안 메모에 대한 시도를 했으나, 그것이 진짜 지식으로 쌓이지 않는 좌절을 경험하셨나요? 에버노트, 노션, 워크플로위... 어떤 도구를 써도 결국 "쌓이기만 하고 활용되지 않는" 메모 무덤을 만들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제텔카스텐을 한번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옵시디언을 깔아서 직접 써보시길 권합니다. 옵시디언이 가장 편하지만, 연결 기능이 있는 도구라면 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첫 1주일,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Day 1-3: 기존 메모 중 관련 있어 보이는 메모 3개만 찾으세요. 그 메모들 사이에 [[링크]]를 연결하세요. 왜 연결되는지 이유를 완벽하게 쓸 필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연결한다"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루 10분이면 됩니다.
Day 4-5: 어제 연결한 링크를 클릭해서 따라가 보세요. 불완전한 부분이 보이면 조금만 고쳐보세요. 완벽하게 다시 쓸 필요 없습니다. 한두 문장만 추가하거나, 애매한 표현을 명확하게 바꾸는 정도면 됩니다. 역시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Day 6-7: 새로운 메모 1개를 써보세요. 오늘 읽은 책의 한 문장이나, 미팅에서 나온 결정 하나면 됩니다. 그리고 과거 메모 2개와 연결해보세요. "이거랑 비슷한 내용 어디 있었는데?" 하며 찾아보세요. 못 찾아도 괜찮습니다. 다른 메모를 보다가 다시 만나면 그때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1주일 후에는 메모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연결만 하면 작동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와 있습니다. 책부터 시작해서 제텔카스텐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들, 옵시디언 시작 가이드들, AI와 통합하는 방법들을 참고해 보세요. 이후에 필요하시다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찾는 1:1 전략상담을 신청해 보시길 바랍니다. 같이 시작하는 겁니다.
AI 시대,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닙니다. 생각을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힘입니다. 기록을 지식으로 바꾸는 훈련입니다. 제텔카스텐은 그 명시화 과정과 지식 연결망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AI는 입력-가공-출력이라는 워크플로우를 더욱 강력하게 해줍니다. 이젠 당신의 기록이, 진짜 지식으로 태어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