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 바뀌어도 일이 이어지려면? (Fable 5 사용 중단 사태)

Fable 5 접근 중단을 계기로, 강한 모델이 없어져도 일을 이어가게 해주는 파일, 기준, 검수 흐름을 정리합니다.

교체 가능한 AI 모델 코어를 붙잡는 어두운 금속 하네스 구조의 뉴스레터 커버 이미지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AI 모델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제게는 업계 뉴스라기보다, 돈을 내고 업무에 쓰려던 도구에서 생긴 일이어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최근 Fable 5를 업무에 써보려고 200달러 Max 요금제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6월 22일까지는 구독제로 써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 기간 동안 막혀 있던 작업을 몇 가지 밀어붙여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nthropic은 2026년 6월 12일 미국 정부 지시에 따라 Fable 5와 Mythos 5 접근을 중단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출시된 지 며칠 안 된 모델이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꽤 갑작스러운 변화였습니다.

처음에는 황당했습니다. 최신 모델을 써보려고 결제했는데, 정책 하나로 접근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른 쪽이 더 신경 쓰였습니다. 특정 모델이 사라졌을 때, 내가 하던 일도 같이 멈추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모델이 막히면 다시 시작하는 비용이 보입니다

강한 모델은 일을 빠르게 해줍니다. 긴 맥락을 더 잘 붙잡고, 복잡한 작업을 더 오래 밀고 가며, 이전 모델로는 여러 번 나눠야 했던 일을 한 번에 처리하기도 합니다. Fable 5에 기대했던 것도 그런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델이 갑자기 막히면 도구 하나를 잃은 것보다 더 큰 공백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모델이 좋아졌다고 해서 내 작업 구조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긴 대화 안에 목표, 판단 기준, 중간 수정 이유, 다음 행동이 전부 들어가 있으면 그 세션이 사라지는 순간 일을 다시 붙잡기 어렵습니다. 모델을 바꾸면 답변 품질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어디까지 왔는지 다시 찾는 비용도 함께 올라갑니다. 저는 이것을 복귀 비용의 문제로 보게 됐습니다.

최근 회사 일을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AI에게 막연히 부탁하면 결과도 흔들립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과거에는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이번에는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이 내용이 모델 밖에 남아 있으면, 다른 모델을 쓰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힘이 줄어듭니다.

하네스는 대화 밖에 남겨야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보게 된 것은 하네스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네스는 모델이 바뀌어도 같은 방향으로 일하게 해주는 작업 구조입니다. 충분한 맥락, 설명할 수 있는 업무 흐름, 검수 기준, 파일과 폴더에 남은 상태가 그 안에 들어갑니다. 이 기준들이 한 대화 안에만 있지 않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곳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맥락은 AI에게 일을 맡기기 위한 재료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업무 흐름은 그 재료를 처리하는 순서와 경계를 정합니다. 검수 기준은 결과물이 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게 해줍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AI가 말을 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요청한 일을 내가 원하는 쪽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지침이나 기준은 스킬로 저장해둘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킬은 거창한 자동화가 아니라, AI에게 같은 일을 다시 맡길 때 꺼내 쓰는 작은 작업 설명서에 가깝습니다. 뉴스레터를 쓰기 전에 무엇을 확인할지, 데일리노트를 검토할 때 어떤 기준을 볼지, 초안을 고스트에 올리기 전 어디까지 검수할지를 적어두는 방식입니다. 절차만 적어두면 부족합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어디서 자주 틀리는지, 마지막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함께 남아 있어야 다른 모델에게도 같은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다른 모델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

저는 원래 하려던 일을 다른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로 이어갈 수 있는지 다시 보고 있습니다. Fable 5가 더 잘했을 법한 작업은 분명히 있습니다. 실제로 더 많이 쪼개고, 더 자주 피드백하고,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래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모델 밖에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폴더가 있었고, 초안 파일이 있었고, 영구메모가 있었고, 브랜드 보이스가 있었고, 피해야 할 표현을 적어둔 기준이 있었습니다. Scribe 같은 캡처 도구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도 같은 쪽에 있습니다. 어떤 모델이 만들었는지보다, 내가 원하는 기능과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이런 흔적이 있으면 모델을 바꿔도 일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특정 상용 모델을 쓰지 못하게 되면 다른 모델을 써볼 수 있고, 필요하면 오픈소스 모델이나 로컬 모델로 일부 작업을 옮겨볼 수도 있습니다. 품질 차이는 남습니다. 그래도 작업의 방향과 기준이 모델 밖에 있으면, 적어도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는 보입니다.

작업의 흔적을 먼저 남기려 합니다

좋은 모델을 쓰는 일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좋은 모델이 사라졌을 때도 내 일이 끊기지 않게 해두는 일은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어떤 모델이 가장 강한지 지켜보는 일과 함께, 제가 하는 일을 파일, 기준, 스킬, 검수 흐름으로 남겨두는 일을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강한 모델은 일을 빠르게 해주지만, 하네스는 일이 다시 이어질 수 있게 해줍니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AI로 진행 중인 일을 보는 기준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어떤 모델로 하면 가장 빠를지만 보지 않게 됐습니다. 이 모델이 내일 없어져도 어디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함께 보게 됩니다. 거창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AI와 함께 하는 일 하나를 고르고, 목표, 현재 상태, 참고 자료, 자주 틀리는 부분, 마지막 검수 기준을 짧게 남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강한 모델은 빌려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일에 오래 남는 것은 모델 이름이 아니라, 모델이 바뀌어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해둔 작업의 형태입니다.

7월 초에는 메모와 AI 작업 구조, 에이전트 활용을 실제로 다루는 웨비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채팅방 (하단 ​프로필 링크 클릭)에 들어와 계시면 관련 소식을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


참고

Anthropic, Statement on the US government directive to suspend access to Fable 5 and Mythos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