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독서를 통해 본 개인지식관리 마인드셋

전자책 중심의 완벽한 지식관리 시스템에서 종이책 독서로 전환하면서 생긴 딜레마와, 북스캔을 통해 지속가능한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다시 구축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종이책 독서를 통해 본 개인지식관리 마인드셋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전자책만 읽어왔습니다. 리디북스에서 하이라이트하고, 메모를 남기고, 이를 옵시디언으로 동기화해서 영구메모로 만드는 워크플로우가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건데요. 제가 지켜오던 디지털 워크플로우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북스캔 업체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종이책을 자르고 PDF로 스캔해서 Zotero에 넣고, 독서할 때 하이라이트와 메모를 남겨 옵시디언에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과연 이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디지털 시대의 지식관리, 아날로그의 벽에 부딪히다

전자책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저에게 종이책은 마치 낯선 외국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북 서비스의 하이라이트와 메모 기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깨달았거든요. 리디북스에서 편하게 하이라이트하고, 완독 후 진짜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어 제텔카스텐 메모로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몰랐어요.

종이책 앞에서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밑줄을 그어도 나중에 옮기는 과정이 필요했고, 메모를 적어도 디지털 환경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출퇴근에 주로 독서할 땐 하이라이트와 메모 자체가 불가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기존에 구축해둔 디지털 연결고리들이 끊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자책에서는 하이라이트 한 부분이 바로 다른 메모들과 연결될 수 있었는데, 종이책에서는 그런 즉시성과 연결성이 사라졌거든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우리가 생각보다 도구에 의존적인 지식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왔지만, 정작 매체가 바뀌니 기존 시스템이 무력해지더군요. 하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가치 있었습니다. 도구의 편리함에 가려져 있던 지식관리의 본질적 과정을 다시 보게 되었거든요.

완벽한 시스템에 대한 욕망 vs 지속가능한 실천

북스캔을 고려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과한 욕심일까?"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기록 자체도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려는 저의 욕망도 결국 정보를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적절한 선일까요?

지식은 복리처럼 쌓인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은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려다가 정작 실행을 못 하게 되면 본말이 전도됩니다.

비용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든 종이책을 스캔하고, PDF를 Zotero에 넣고, 옵시디언에 동기화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책에 이런 과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메모는 다른 메모와 연결성을 생각할 때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중요한 책들만 선별해서 완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적용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보다 정말 필요한 정보를 깊이 있게 연결하는 것이 더 가치 있을 테니까요.

지속가능성이 핵심입니다. 완벽한 시스템보다는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좋은 시스템입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기준 세우기

이런 고민을 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통찰은 '과한지 아닌지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법은 나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의 지식관리 역사를 돌아보니, 저는 항상 정보를 수집하고 연결하고 활용하는 일에서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즐거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북스캔이라는 복잡한, 조금은 번거로운 워크플로우도 제가 감당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제 기준입니다.

기록은 외부의 경험과 나의 무의식이 던져주는 가능태를 수집하는 활동입니다. 제게 지식관리는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모으고 연결하여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이에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와 존재의 이분법을 넘어서, 저에게는 지식관리 자체, 기록하는 일이 존재의 방식입니다. 정보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버전의 제가 되기 위해서 하는 일이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어디까지 할지 기준은 내가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과할 수 있지만, 제가 즐겁게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게는 적절한 선이 아닐까요?

당신만의 기준을 찾아보세요

종이책 독서를 통해 제가 마주한 딜레마는 결국 개인지식관리의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을 추구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남들의 기준을 따를 것인가, 나만의 기준을 세울 것인가.

여러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1. 당신의 지식관리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선을 어떤 기준으로 그으시나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관리하려다 정작 실행을 포기한 경험은 없나요?
  2. 당신에게 지식관리는 소유를 위한 것인가요, 존재를 위한 것인가요?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적은 없나요?
  3. 당신의 지식관리 역사를 돌아봤을 때, 가장 에너지를 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지식관리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속할 수 있고, 당신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결국 북스캔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과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제가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당신도 남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당신만의 기준으로 당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완벽한 시스템보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남의 기준보다 나의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당신만의 지식관리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생산적생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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