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의 축적과 방향의 축적 : AI 시대에 쌓아야 할 두 가지

에이전트에도 점점 스킬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수렴이 가리키는 원리는 AI뿐 아니라 지식관리에도 적용됩니다. 스킬은 실행의 축적이고, 영구메모는 방향의 축적입니다. 도구가 바뀌어도 남는 것을 쌓는 사람이 방향을 유지합니다.

실행의 축적과 방향의 축적 : AI 시대에 쌓아야 할 두 가지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흐름이 보입니다. Anthropic이 에이전트 대신 스킬을 만들라고 선언한 이후, OpenAI도 거의 같은 스킬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경쟁사끼리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이 전환이 왜 일어나는지 들여다보면, AI뿐 아니라 지식관리와 콘텐츠 전략에까지 적용되는 하나의 원리가 보입니다.


에이전트는 바뀌어도 스킬은 남는다

AI 에이전트는 실행 도구입니다. 명령을 받으면 코드를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서를 생성합니다. 문제는 이 도구가 너무 빨리 바뀐다는 것입니다. 새 모델이 나오고, 새로운 기능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기존 도구가 시간이 지나면 폐기됩니다. 에이전트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 도구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스킬은 다릅니다. 스킬은 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절차적 지식을 담은 단위입니다. 어떤 순서로 진행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형식으로 결과를 내는지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교체되어도 이 절차가 남아 있으면, 새로운 실행기 위에서 동일한 작업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을 관찰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구의 기능을 전부 익히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 상황과 필요에 맞춰 어디에 쓸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그 고민의 결과를 절차로 고정한 것이 스킬입니다. 에이전트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려면 일의 정의가 명확해야 합니다. 모호한 지시로는 균일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스킬은 그 명확한 일의 정의를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축적한 것입니다. 자기 맥락에 맞는 스킬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AI를 자신의 방향성에 맞게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스킬은 어디를 참고하는가

그런데 스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스킬은 어떻게 실행할지를 AI에게 알려주지만,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보이스로 전달할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는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스킬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절차가 잘 정의되어 있다고 해도, 그 뉴스레터에 어떤 관점을 담을지,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경험에서 얻은 어떤 통찰을 근거로 쓸지는 절차 안에 담기지 않습니다. 이것은 별도로 정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같은 메시지를 다른 형식과 느낌으로 반복해서 고객이 학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반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핵심 메시지를 여러 각도로 표현한 지식 블록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통찰을 정제해서 독립적으로 이해 가능한 블록으로 만들어두면, 뉴스레터에서도, 영상 스크립트에서도, 상담에서도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제텔카스텐의 영구메모는 자신의 언어와 맥락을 담고 있고 바로 이 재사용 가능한 지식 블록 역할을 합니다.

지식을 이렇게 블록으로 만들어두지 않으면 매번 원문을 찾고, 다시 읽고,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모든 입력에 수동 처리를 요구하면 실행 병목이 생기고, 스킬이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집니다. 스킬이 참고하는 정제된 지식 보관함, 어떤 말을 할지,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보이스로 전달할지를 담고 있는 연결망, 이것이 스킬 뒤에 있어야 하는 근원적 구조입니다.


실행의 축적과 방향의 축적

정리하면 스킬은 실행의 축적이고, 영구메모는 방향의 축적입니다. 반복 작업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생산성의 핵심이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행 시스템만 있고 지식 시스템이 없으면, 효율적으로 방향 없는 일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지식만 쌓고 실행 절차가 없으면, 좋은 통찰이 서랍 속에 갇힙니다.

이 지식 연결망은 자기 참조를 통해 내부를 강화합니다. 연결망이 두꺼워질수록 외부에서 어떤 형태의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기존 구조에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스킬이 참고할 기반이 두꺼워지면, 결과물의 깊이와 일관성이 달라집니다. 어떤 형태의 지식이 들어오더라도 블록으로 정제해서 재사용 가능하게 만들어두는 것, 이것이 제텔카스텐 영구메모의 본질이고, 스킬과 동시에 근본적인 지식 블록을 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쌓아두기만 한다고 자라지 않습니다. AI가 제안한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영구메모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스킬을 만들어두고 쓰지 않으면 절차는 녹슬게 됩니다. 축적하는 과정은 능동적 실행 및 피드백을 전제로 합니다.


무엇을 쌓고 있는가

도구는 계속 바뀝니다. 올해 쓰는 에이전트가 내년에는 다른 이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맥락에 맞는 스킬을 축적해온 사람은 새 실행 기반 위에서 같은 절차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 근원에 흐르는 지식 연결망을 구축해온 사람은 어떤 워크플로우를 만들더라도 자기 방향을 발전시키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스킬과 제텔카스텐 조합이 맞았습니다. 절차를 스킬로 고정하고, 지식을 영구메모로 정제하고, 그 둘을 연결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지금 내가 쌓고 있는 것이 도구에 묶여 있는가, 아니면 도구가 바뀌어도 남는 것인지입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반복하는 작업이 있다면, 그 절차를 한 번 적어보세요. 그것이 여러분의 첫 번째 스킬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

지난 웨비나에서 보여드린대로 개인지식관리의 근본인 지식 연결망을 만드는 일은 제텔카스텐으로 대부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에이전트로 만든 워크플로우가 스킬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에이전트는 OpenClaw나 Hermes 같이 스킬을 기반으로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일을 내가 지정한 맥락과 방향성 안에서 수행하면서, 사용자가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내가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과업에 대해서 분석하고, 기준을 정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하면서 스킬은 고도화 됩니다. 그리고 스킬은 필요한 곳에서 비지시적으로나 지시적으로 호출되고,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AI 모델이 판단을 하면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면 그게 에이전트입니다. 간단한 스킬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스킬을 개별적으로 만들고, 업무들의 흐름을 하나씩 이어주면 됩니다.

저의 경우, 글쓰기는 지속적인 활용을 통한 고도화 과정에 있다면, 영상을 만드는 프로세스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매주 뉴스레터는 발행하는데, 유튜브 영상 제작이 이를 따라오지 못해 보다 생산적으로 만드는 프로세스를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영상 생성을 위한 Hyperframe이나 Remotion AI 같은 솔루션을 이용하면 초벌 영상의 음성을 전사하고, 컷편집하고, 이어서 필요한 모션 그래픽까지 넣는 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면 업로드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