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같은 설명을 세 번 했다면

AI를 오래 쓰려면 거창한 자동화보다 먼저 반복되는 설명과 판단 기준을 밖으로 꺼내야 합니다. 첫 번째 스킬은 입력, 기준, 출력, 검수라는 네 가지 구성요소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작은 기준표가 AI와의 협업을 매번 새로 시작하는 대화가 아니라 이어지는 작업으로 바꿉니다.

AI에게 같은 설명을 세 번 했다면

안녕하세요? 생산적생산자입니다.

지난주에는 AI 시대에 쌓아야 할 두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는 반복 작업의 절차를 남기는 스킬이고, 다른 하나는 내 관점과 방향을 남기는 영구메모입니다. 그 글이 큰 그림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내려와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AI에게 매번 비슷한 설명을 반복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뉴스레터를 쓸 때는 제 문체를 다시 설명하고, 초안을 검토할 때는 피해야 할 표현을 다시 말하고, 발행 직전에는 링크와 제목과 CTA를 다시 확인해달라고 합니다. 도구는 똑똑해졌지만, 제가 매번 같은 기준을 새로 말하고 있다면 협업은 아직 축적되고 있지 않은 셈입니다.

AI에게 매번 새로 설명하지 않으려면, 어떤 구성요소를 남겨야 할까요?


AI는 일을 대신하지만, 기준까지 알아서 남기지는 않습니다

AI는 사용자가 요청한 일을 수행합니다. 코드를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서를 만들고, 웹서치를 진행합니다. 이 능력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AI가 일을 잘 수행한다는 것과, 내 일의 기준이 자동으로 축적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 쓰는 모델과 내년에 쓰는 모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몇 달 뒤에는 다른 이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특정 도구의 기능에만 기대면, 도구가 바뀔 때마다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스킬은 이 문제를 줄여줍니다. 스킬은 특정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을 담은 단위입니다.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어떤 자료를 참고할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어떤 형식으로 결과를 낼지를 남깁니다. AI 도구가 바뀌어도 이 기준이 남아 있으면, 새로운 도구 위에서도 같은 작업을 다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은 기능을 전부 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걸 어떻게 줄일지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절차와 기준으로 만드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말도 결국 비슷합니다. 매번 즉흥적으로 프롬프트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자주 하는 일을 정의하고, 기준을 만들고, 결과를 피드백하면서 재사용 가능한 단위로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킬은 AI 활용에서 반복 작업의 기준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실제 스킬은 구성요소를 묶어둔 단위에 가깝습니다

관련 문서를 확인해보면, 스킬은 추상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실무적인 업무 단위에 가깝습니다. Anthropic은 스킬을 특정 작업을 위해 동적으로 불러오는 지시문, 스크립트, 참고자료의 폴더로 설명합니다. OpenAI도 스킬을 SKILL.md 와 여러 파일로 이루어진 버전 관리 가능한 묶음으로 설명하며, 회사의 스타일 가이드나 반복 워크플로우 같은 프로세스와 레퍼런스를 담는 용도로 제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킬의 겉모양이 아닙니다. 폴더인지, 마크다운 파일인지, API에 업로드되는 번들인지는 도구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들어가는 구성요소입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입력, 따라야 할 기준, 참고해야 할 자료, 필요하면 실행할 스크립트, 마지막에 확인할 검수 항목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스킬은 개발자만 만드는 자동화 파일이 아닙니다. 뉴스레터, 강의안, 상담 스크립트, 유튜브 대본처럼 반복되는 지식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매번 설명하던 문체와 스타일, 대상 독자의 정의, 금지할 표현(AI스러운), 결과물 형식, 발행 전 체크리스트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두면 그것이 곧 실무적인 스킬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런데 스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스킬은 어떻게 실행할지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할지, 어떤 관점으로 해석할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지는 스킬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뉴스레터 작성 스킬이 있다고 해도, 그 스킬은 글의 절차를 담당할 뿐입니다. 개요를 만들고, 훅을 고르고, 구조를 잡고, 문장을 다듬는 방식은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관점과 메시지는 다른 곳에서 와야 합니다.

어떤 주제를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독자를 상정하는지, 반복해서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실제 경험에서 어떤 통찰을 얻었는지는 별도의 지식 구조에 쌓여 있어야 합니다. 이 기반이 없으면 좋은 스킬도 빈 형식이 되기 쉽습니다. 절차는 있는데 내용이 매번 얕아지는 것입니다.

제가 제텔카스텐의 영구메모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구메모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자기 언어로 정제된 관점의 저장소입니다. 하나의 메모는 독립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메모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쌓인 메모는 뉴스레터, 영상, 강의, 상담, 제품 설명에서 반복해서 꺼내 쓸 수 있는 지식 블록이 됩니다.

브랜드도 비슷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같은 문장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여러 상황과 형식으로 변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원문을 계속 다시 읽는 방식보다, 이미 정제된 지식 블록을 꺼내 조합하는 방식이 더 오래 갑니다.

스킬이 실행의 축적이라면, 영구메모는 방향의 축적입니다.


실행의 축적과 방향의 축적이 만날 때 결과물이 나옵니다

실행 시스템만 있으면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무엇을 위해 만드는지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식만 쌓고 실행 절차가 없으면, 좋은 통찰이 서랍 안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복 작업을 절차로 만들고, 그 절차가 참고할 관점과 기준을 지식 구조로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단순히 빠른 도구가 아니라, 내 관점과 방향 안에서 일하는 실행 기반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동화할수록 사람이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더 분명해집니다. 무엇을 남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어떤 방향으로 연결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AI가 제안해도 사용자가 답하지 않으면 영구메모는 자라지 않습니다. 스킬을 만들어두고 쓰지 않으면 절차도 금방 낡고 녹슬어 버립니다.

결국 시스템은 축적만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실행하고, 피드백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자랍니다. 좋은 에이전트 활용은 도구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의 구조를 조금씩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스킬은 반복 설명을 줄이는 장치입니다

스킬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자동화나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첫 번째 스킬은 훨씬 단순한 곳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매번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한 번 적어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를 쓸 때 어떤 톤을 피해야 하는지, 도입부는 어떤 식으로 시작하면 좋은지, 마지막에는 어떤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지, 초안을 검토할 때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것은 자동화라기보다 기준을 밖으로 꺼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적어둔 문서는 단순한 메모가 아닙니다. 다음 작업에서 AI가 참고할 수 있는 작업 지시서가 되고, 사용자가 결과물을 검수할 때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준표가 됩니다. 자동화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설명을 줄이고, 반복되는 판단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드는 일입니다.

이 작은 분리가 쌓이면 AI와의 협업은 매번 새로 시작하는 대화가 아니라, 이전 작업을 이어받는 과정에 가까워집니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결과가 달라지는 지점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첫 번째 스킬은 네 가지 구성요소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작은 스킬의 구성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입력입니다. AI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적습니다. 둘째, 기준입니다. 이 작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과 피해야 할 것을 적습니다. 셋째, 출력입니다. 결과물이 어떤 형식으로 나와야 하는지 정합니다. 넷째, 검수입니다. 마지막에 무엇을 확인해야 통과인지 적습니다.

이 네 가지가 있으면 아주 단순한 작업도 재사용 가능한 단위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 써보고, 결과물을 보고, 빠진 기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충분합니다. 좋은 스킬은 처음부터 설계되는 것보다 반복 사용 속에서 조금씩 고쳐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과정은 제텔카스텐과도 닮아 있습니다. 모든 입력을 매번 완성된 영구메모로 만들려고 하면 지식관리에 병목이 생기듯이, 모든 업무 경험을 처음부터 완성된 스킬로 만들려고 해도 시작이 무거워집니다. 대신 반복해서 걸리는 지점만 먼저 기준으로 남기고, 다음 작업에서 그 기준을 다시 참조하면서 고치면 됩니다. 사용 기록이 다시 스킬을 보강하고, 보강된 스킬이 다음 결과물의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보면 스킬도 고정된 문서라기보다, 반복 사용 속에서 내부를 강화하고 외부 결과물로 확장되는 작은 지식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 스킬이라면 입력은 아이디어 파일이나 초안입니다. 기준은 브랜드 보이스, 독자에게 줄 핵심 가치, 피해야 할 표현입니다. 출력은 제목, excerpt, 본문, CTA가 포함된 마크다운입니다. 검수는 전주 글과의 중복 여부, 링크 오류, 문체 일관성, 행동 유도 여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정리해도 다음부터는 “뉴스레터 써줘”가 아니라 “이 기준에 맞춰 뉴스레터 초안을 만들고, 전주 글과의 중복 여부까지 점검해줘”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의 수준이 달라지면 결과물의 수준도 달라집니다. AI가 갑자기 더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일의 정의가 더 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쌓아야 하는 것은 도구 사용법보다 남는 구조입니다

AI 도구는 계속 바뀔 것입니다. 오늘의 에이전트가 내년에는 다른 이름이 될 수 있고, 지금의 인터페이스가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체될 수도 있습니다. 이 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 속에서도 남는 것은 있습니다. 자주 반복하는 일을 절차로 만든 스킬, 자기 관점과 판단 기준을 정제한 영구메모, 그리고 둘을 연결해 결과물로 바꾸는 운영 방식입니다.

저에게는 이 조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절차는 스킬로 남기고, 관점은 영구메모로 정제하고, 에이전트는 그 둘을 참고해 실행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하면 도구가 바뀌어도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주 반복하지만 매번 새로 설명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절차를 짧게 적어보세요. 완성된 자동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입력은 무엇인지,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결과물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지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스킬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의 세션이 끝날 때, 지금까지 진행한 일을 스킬로 만들어보자고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기존 스킬이 있다면 업데이트할 수도 있습니다. 스킬이 생기고 업데이트 되고, 스킬이 참고할 내 고유한 생각의 단위가 하나씩 쌓이면, AI는 점점 더 내 맥락 안에서 일하게 될겁니다.

고맙습니다.
생산적생산자 드림